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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푸는 순서

물흐듯 2017. 6. 13. 21:12

<밥 푸는 순서>

친정에 가면 어머니는 꼭 밥을 먹여 보내려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친정에 가면 부엌에도 못 들어 오게 하셨고,

오남매의 맏이라 그러셨는지 남동생이나 당신보다 항상 내 밥을 먼저 퍼 주셨다.

​어느날 오랜만에 친정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여느 때처럼 제일 먼저 푼 밥을 내 앞에 놓자

어머니는 "얘 그거 내 밥이다" 하시는 것이었다.

​민망한 마음에 "엄마 왠 일이유? ​늘 내 밥을 먼저 퍼 주시더니?" 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게 아니고, 누가 그러더라 밥 푸는 순서대로 죽는다고. 아무래도 내가 먼저 죽어야 안 되겠나."

​그 뒤로 어머니는 늘 당신 밥부터 푸셨고 그리고 그 이듬해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 돌아가신 후 그 얘기를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편과 나, 누구 밥을 먼저 풀 것인가를 많이 생각 했다.

그러다가 남편 밥을 먼저 푸기로 했다.

​홀아비 삼 년에 이가 서 말이고, 과부 삼년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옛말도 있듯이,

뒷바라지 해주는 아내 없는 남편은 한없이 처량할 것 같아서이다.

​더구나 달랑 딸하나 있는데 딸아이가 친정아버지를 모시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만에 하나 남편이 아프면 어찌하겠는가?

더더욱 내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고통스럽더라도 내가 더 오래 살아서,

남편을 끝가지 보살펴 주고 뒤따라 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때부터 줄곧 남편 밥을 먼저 푸고 있다.

남편은 물론 모른다.

혹 알게 되면 남편은 내 밥부터 푸라고 할까?

​남편도 내 생각과 같을까?

원하건대 우리 두 사람,

늙도록 의좋게 살다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도 그의 밥을 먼저 퍼서 상에 올린다.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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