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육부와 질병
『동의보감』에서는 오장과 육부의 질병에 관해 폭넓게 다룬다.
여기에는 오장의 병이 생기는 이유, 오장에 생긴 병의 경중, 오장 병의 전변, 오장과 육부에 생긴 병의 차이, 오장과 육부에 생긴 병의 치료 원리 등이 포함된다.
오장의 병
오장의 병은 왜 생기는가? 이는 걱정, 근심, 지나친 성생활 등 심리적·행동적인 요인과 바람, 찬 기운 등 바깥의 사기가 결합하여 생긴다.
동의보감』은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걱정하고 근심하며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면 심장이 상한다. 몸이 찰 때 찬 것을 마시면 폐가 상한다.
이것은 양쪽으로 찬 것을 받아서 겉과 속이 다 상하여 기가 위쪽으로 치밀어 올라 위로 갔기 때문이다.
떨어져서 나쁜 피가 속에 머물러 있는 데다가 성을 몹시 내어 기가 치밀어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하여 옆구리 아래에 몰리면 간이 상한다.
또한 맞거나 넘어진 경우, 혹은 술 취한 다음 성생활을 하거나 땀이 났을 때 바람을 쏘이면 비(脾)가 상한다.
무거운 것을 힘들게 들어올렸거나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거나 땀이 났을 때 목욕을 하면 신(腎)이 상한다.
질병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사멸되는 과정을 거친다.
또 자기에게 유리한 환경이나 시기에는 왕성하다가 불리한 시기나 환경에서는 위축되어 소멸한다.
『동의보감』은 오장이 상생상극하는 날짜를 잘 따져보면 질병이 나을지, 더 심해질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간병(肝病)이 여름에는 나았다가 가을에는 심해지고, 겨울에는 그냥 있다가 봄에 완전히 낫는다고 보는 것도 이러한 이론에 따른 것이다.
오장의 상생상극하는 이론에 대해 『동의보감』은 『내경』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장은 자기를 낳아주는 곳에서 기를 받아 자기가 이기는 곳에 전한다.
기는 자기를 낳아준 곳에 머물러 있다가 자기가 이기지 못하는 곳에서 죽는다.
병에 걸려 죽게 되는 것은 먼저 자신이 이기지 못하는 곳에 기가 이르렀기 때문이다.
병에 걸려 죽는 것은 곧 기가 역행하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적용된다.
간은 기를 심장에서 받아 비에게 전한다. 그리고 그 기는 신에 머물러 있다가 폐에 가서 죽는다.
또 심장은 기를 비에서 받아 폐에 전한다. 그 기는 간에 머물러 있다가 신에 가서 죽는다.
비는 기를 폐에서 받아 신에 전하는데 그 기는 심장에 머물러 있다가 간에 가서 죽는다.
폐는 기를 신에서 받아 간에 전하고, 그 기는 폐에 머물러 있다가 비에 가서 죽는다.
이렇듯 오행의 상생상극 이론에 따라 질병의 전변을 따져본다면 하루의 밤낮을 다섯으로 나누어 죽을 때가 아침일지 저녁일지 미리 알 수 있다.
오장과 육부에 생긴 병은 서로 다르다
오장과 육부의 기능이 서로 다르듯 오장과 육부 병의 맥상이 서로 다르며, 질병의 양태와 치료법 등도 서로 다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맥상이 서로 다르다-육부에 병이 있을 때에는 맥이 빠르게 뛰고, 오장에 병이 있을 때에는 맥이 느리게 뛴다.
맥이 빨리 뛰는 것은 열이 있기 때문이다.
열은 곧 양을 의미하므로 양에 속하는 육부에 병이 있을 때 맥이 빨라지는 것이다.
맥이 느리게 뛰는 것은 한증(寒證)이다.
한증은 음을 의미하므로 음에 속하는 오장에 병이 있을 때 맥이 느리게 뛴다.
• 양태가 서로 다르다-육부에 병이 있을 때에는 찬 것을 달라고 하거나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반면에, 오장에 병이 있을 때에는 더운 것을 달라고 하고 사람을 피하는 증상을 보인다.
왜냐하면 육부는 양에 속하므로 찬 것을 요구하고 오장은 음에 속하므로 더운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오장에 생긴 병은 한 곳에 머물러 있고 육부에 생긴 병은 아래위로 왔다갔다 하는 점에서도 오장과 육부의 병은 구별된다.
• 치료법이 다르다-오장과 육부에 생긴 병은 치료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
오장에 생기는 병은 치료하기 어렵고 육부에 생기는 병은 치료하기 쉽다.
오장에 생기는 병을 치료하기 어려운 것은 상극 관계에 있는 장(臟)에 병을 전하기 때문이며,
육부의 병을 치료하기 쉬운 것은 상생 관계에 있는 부(腑)에 병을 전하기 때문이다.
오장이 상극 관계에 있는 장(臟)에 병을 전한다는 것이란
심장은 병을 폐에 전하고 폐는 간에, 간은 비(脾)에, 비는 신(腎)에, 신은 심장에 병을 전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장이 병을 두 번 전하지는 못하는데 만약 두 번 전하면 죽는다.
육부가 상생 관계에 있는 부(腑)에 병을 전한다는 것은 소장은 위에 병을 전하고 위는 대장에, 대장은 방광에, 방광은 쓸개에, 쓸개는 소장에 병을 전하는 것이다.
또 풍사(風邪)로 인한 질병은 병이 깊이 들어갈수록 치료하기가 어려워진다.
즉 병이 살갗에 있을 때 치료하기가 가장 쉽고 피부와 살, 근맥을 거쳐 육부 등으로 병이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치료하기 어려워진다.
가장 깊이 있는 오장으로 병이 들어가면 치료를 해도 절반은 죽고 절반만 산다.
오장육부에 생긴 병을 치료하는 원칙
오장과 육부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므로 어느 한 장부가 병들면 그와 통하는 장부를 치료하면 쉽게 낫는다.
이를테면, 심장과 쓸개는 서로 통하기 때문에 심장의 병으로 가슴이 몹시 두근거리면 쓸개를 온화하게 해주고, 쓸개의 병으로 몸을 몹시 떨거나 전광증이 생겼을 때에는 심장을 보해준다.
마찬가지로 간과 대장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간병에는 대장을 잘 통하게 해주어야 하고, 대장병 때에는 간에 딸린 경락을 고르게 해주어야 한다.
또 비장과 소장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비장에 병이 있을 때에는 소장의 화(火)를 내보내 주어야 하고, 소장에 병이 있을 때에는 비장을 윤택하게 해주어야 한다.
또 폐와 방광은 서로 통하기 때문에 폐병에는 방광의 수(水) 깨끗이 비워 주어야 하며, 방광병에는 폐의 기운을 맑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腎)과 삼초(三焦)는 서로 통하기 때문에 신이 병들었을 때에는 삼초를 조화시키는 것이 좋고, 삼초병에는 신을 보하는 것이 좋다.
오장육부는 몸 전체의 활동을 관장하는 '내각(內閣)'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기능에 따라 오장과 육부로 크게 나눈다.
육부는 주로 음식의 소화와 관련된 일을 맡는데, 위는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일을, 소장은 소화된 것을 받는 일을, 대장은 소화된 찌꺼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방광은 소화된 수분을 내보내는 일을 맡는다.
이밖에 쓸개는 용기와 담력을, 삼초는 몸에 진액을 공급하는 일을 담당한다.
육부에서 소화된 것 중 정(精)한 부분은 오장으로 간다.
오장은 정기(精氣), 신기(神氣), 혈기(血氣) 혼백(魂魄)을 간직하며, 생명을 유지시키고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 된다.
간은 생기가 비롯되는 곳이며, 심장은 정신이 깃드는 곳이며, 비장은 기와 혈을 만드는 곳이며, 폐는 호흡을 맡는 곳이며, 신은 정력과 생식을 맡는 곳이다.
또 오장 각각은 오행의 배속 원리에 따라 동식물, 곡식, 몸의 동작, 맛, 진액, 냄새, 소리 등과 연결되어 하늘과 땅, 인간을 묶어 주는 중심체로 작용한다.
한의학에서 내장 기관을 '장'과 '부'라는 큰 범주로 나누는 것처럼 서양 의학에서도 내장 기관을 그 기능에 따라 몇 가지 계통으로 나눈다.
소화에 관계되는 위장, 간, 쓸개, 소장, 대장은 소화기계로, 호흡을 담당 하는 폐와 기관지는 호흡기계로, 혈액 순환을 담당하는 심장과 혈관은 순환기계 등으로 나누어 취급하는 것이 그러하다.